개발자로 3년 2개월, 2024년 회고

 

항상 회고할 때 마다 '시간 참 빠르다'로 시작하는 것 같다

근데 진짜 시간 참 빠르다

 

벌써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나온지 3년하고 2개월, 지금은 3년하고 3개월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상황과 나의 마음 모든게 바뀌었다.

 

회사는 많이 성장했다. 3년전에는 사무실에 4명만 출근하는 작고 작은 스타트업이었는데

지금은 공유 오피스에서 방을 4개나 차지하는 조금 작은 스타트업이 되었다.

 

내가 속한 개발팀은 그대로다. 백엔드 나 한명, 프론트엔드 한명

여전히 개발팀은 충원을 안해줘서 바쁘지만 할만하다. 다행스럽게도 개발은 아직 재밌다.

 

나이를 하나씩 얻고,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고민이 되는 몇가지들이 있다.

 

1. 중간 지키기

지금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스타트업은 처음이라 많이 혼란스러웠다.

직종을 바꾸기 전에는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연구소 소속으로 기계 설계를 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사무실 인원도 많고 회사 자체 건물이 있었고 현장(공장)도 같이 붙어있던 터라 지금 회사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팀들 가운데 단순히 팀원 중 1명으로써 주어진 업무를 하면 되는 역할?이었다.

 

개발로 직종을 변경하고 ai 스타트업으로 들어왔는데 회사 총 인원이 10명도 안되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은 (적을 때는) 4명이었다.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하는 지 감이 안잡혔다. 그래서 읽었던 책이 스타트업 주니어로 살아남기 이다.

 

혼란스러운 시점에 내 마음을 잡게 만들어 준건 딱 이 부분이었다.

회사와 나를 동기화 시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자! 라는 부분이었다. 이때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에 대한 애정도가 달라졌다. 나는 고작 작은 신입 개발자였지만 내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면, 이 프로젝트를 내가 직접 팔아야하는 사람이라면 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팀장, 이사, 대표가 시킨 일에 대해서 딱 그것만 하는게 아니라 좀 더 앞을 내다보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그렇다보면 나에게 업무가 주어지면 그냥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 것을 하게 되면 그 다음에 진행될 프로젝트의 확장성과 유지 보수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되고 좀 더 나은 방향이 있을 것 같아서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뿌듯함은 보너스다.

 

하지만 이것도 엄청 소규모의 집단에서만 해당되는 것 같다.

점점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나의 이런 업무 스타일은 너무 회사 과몰입으로 이어졌다.

다른 직원들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나와 일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인데, 이미 나는 직원의 입장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자꾸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같이 공유되는 업무에 대해서 예민해졌다.

이때 다시 회사라는 입장에서 점점 멀리 떨어진 직원에 가까워지기로 했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그냥 단순한 직원 1명 vs 회사=나 라는 생각으로 진심으로 일하기

그 중간을 지키는 것은 참 어렵다. 뭐든 극적인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그 중간, 나에게 독이 되지 않는 그 중간을 찾고있다.

 

2. 좋은 리더

나에게 리더라는 건 멀고도 멀었지만, 계약직 인턴과 몇달 일해보고 깊게 생각해보았다.

 

좋은 리더는 진짜 있을까?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크게 비교를 해보자면 아래 직원한테 업무를 주고 퇴근하는 리더 vs 같이 야근하면서 기다려주는 리더 어떤 사람이 좋은 리더인가

나는 처음에 (팀원의 관점에서) 같이 야근하면서 기다려주는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아래 직원한테 업무를 주고 퇴근하는 리더가 더 좋은 리더라고 확신한다.

업무를 주고 퇴근한다는 건 그만큼 그 직원을 신뢰해야한다는 것이고,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업무할 수 있게 해주고, 직원이 진행한 업무의 여파를 다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아직은 나도 팀장이라는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확신할 순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업무적으로 인정받고 연차도 쌓이면 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질 날이 올텐데..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조금은 조급한 걱정을 미리 해본다.

 

3. 나의 방향성

아직까지 너무 어려운 주제다.

비전공자, 국비 교육 5개월 듣고 덜컥 입사해버렸다. 사실 처음 취업 준비할 때 고민이 엄청 큰 부분이 있었다. '개발'이라는 것을 공부한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백엔드, 프론트엔드 중에 내가 어떤걸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심지어 Java, Python도 둘다 맛보기만 했다.

 

- 좀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큰 회사에 갈지 (사실 불가능했을 수도)

-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해보고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볼지

 

27살이라는 나이가 엄청 늦었다며 스스로 자책하며 당장이라도 부딪혀서 일해보고 결정하자!!! 라는 마음으로 당장 스타트업으로 들어와버렸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중고신입을 뽑아준 지금 회사에 감사하다.

 

여러가지 다양하게 접하는게 힘들면서 좋았다. 입사하고 1년동안은 회사에서 살았던 것 같다. 일도 하고 일을 하기 위한 공부도 하고.

Java, Python, Javascript, css, html, MySQL, MongoDB, sqlite,,,, Docker, Airflow, nginx, kafka, mTLS,,, 등등등

생각나는 것만 적어봤다. 정~말 다양하게 해보았다. 이사님이 나를 믿고 많이 맡겨준 덕에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보았다.

 

업무를 할 때 사수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단점이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되면 밤을 새서라도 될 때까지 해야만 했다. 코드에 문제가 생기면 그냥 한 줄 마다 다 print()를 찍어서 확인하는 수 밖에 없었고, Stack Overflow에 정말 많이 속아서 공식문서만 줄줄줄 읽었다. 내가 못한 것에 대해 해결해줄 사수가 없으니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3년동안 이제 너무 다양한 걸 해버렸다. 뭐든 찍먹처럼 해버려서 이제는 뭔가 하나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은 개발팀이라는 팀으로 이것 저것 다 하고 있지만, 좀 더 규모가 큰 회사에 하나의 팀으로 들어가서 그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깊게 가지고 싶다. 그래서 올해에는 이직을 해보려한다.

 

지금 회사 너무 좋지만 나의 미래를 위해 좀 더 노력해보자!